안녕하세요. 리치88입니다. 또 오랜만이에요 ^^
오늘은 제가 4월 17일부터 24일까지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 그중에서도 프랑스 길 구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저는 생장에서 출발하여 로그로뇨까지 약 161킬로미터를 걸었는데요, 하루 평균 20킬로미터를 목표로 삼고 걸었습니다.
어떤 날은 27킬로미터를 걷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19킬로미터만 걸었지만 매일매일이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날씨는 새벽과 오전에는 쌀쌀했지만, 해가 뜬 이후에는 더웠던 날도 있었고, 이틀정도는 우비를 입고 걸어야 할 만큼 하루 종일 비가 계속 내린 날도 있었습니다. (저는 스패츠도 준비해서 잘 사용했습니다.)
걷다가 눈 앞에 펼쳐지는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에 넋이 나간 적도 있고, 괜스레 눈물이 난 적도 있습니다.
또는 시골길을 지루하게 걷기만 해야해서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라며 자문한 적도 있고,
걷다가 우연히 속도가 비슷한 다른 순례객과 생각하지도 못한 즐거운 대화를 나눈 적도 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로부터 많은 순례자들이 자신만의 이유로 걷던 길입니다.
저에게도 이번 여정은 단순히 걷는 여행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준비도 필요했고, 걷는 동안 주의해야 할 점들도 많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순례길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준비물
먼저 준비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배낭, 편한 트레킹화, 그리고 스틱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배낭은 30리터에서 40리터 정도가 적당하며, 무게는 7킬로그램 이하로 맞추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무게가 초과되어 초반에 꽤 고생을 했습니다. 배낭 속에는 여벌 옷, 방수 재킷, 속옷, 양말, 간단한 세면도구, 상비약, 헤드랜턴, 물통, 그리고 간식거리 정도면 충분합니다. 특히 양말은 발에 직접 닿는 만큼 품질 좋은 것을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발에 물집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무. 조. 건. 가볍게 짐을 싸야 합니다. 중간에 큰 도시들에 가면 필요한 거 다 팔아요.
없는 것, 필요한 것들은 그때그때 사서 사용할 수 있으니,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들고 가려고 준비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스타일(?!) 폼클렌징은 구하기 어려우니 챙기시길 추천드려요 ^^
트레킹화는 자신의 발에 잘 맞고 미리 길들여 놓은 것을 신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 신발을 신고 가면 며칠 걷지 않아도 물집이 잡히기 쉽습니다. 저는 일 년에 한 번 정도씩 사용하던 4년이 넘은 트레킹화를 신고 같습니다.
스틱은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무릎 부담을 줄여주고, 체력을 분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저는 7일만 걸을 계획이었고, 평상시에도 익숙하지 않아서, 들고 가지 않았는데, 미리 사용법을 익히셔서 사용하시면, 오르막, 내리막뿐만 아니라 평지에서도 배낭의 무게도 분산해 줘서, 훨씬 쉽게 걸을 수 있다고 하네요. (저도 이후에 다시 떠난다면 들고 갈 계획입니다)
걷는 중에는 무엇보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속도를 맞추다 보면 무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초반 이틀 정도는 다리 근육통으로 고생했는데, 이후에는 제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걷고 필요할 때마다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어주었습니다.
또, 날씨가 정말 변화무쌍합니다. 비가 내리다 해가 뜨고, 바람이 강하게 불다가 갑자기 잠잠해지곤 합니다. 때문에 방수 자켓과 모자,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입니다. 얇고 잘 마르는 옷을 입고 가시고, 여러 겹 껴입는 것을 추천드려요.
숙박과 식사
숙소는 알베르게 Allbergue 라는 도미토리 형태의 다인실을 주로 이용하시게 됩니다. 저렴한 가격에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곳으로, 순례자들끼리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죠. 다만 코를 고는 사람이나 새벽 일찍 출발하는 사람들로 인해 잠이 깨는 경우가 많으니 귀마개와 안대를 필수로 준비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숙소는 미리 예약하지 않고 현지에서 그날그날 잡는 것도 가능하지만, 성수기에는 미리 예약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하지만.... 저는 중간에....포기....호스텔이나 1인실에서 숙박을 했습니다. 초반에 3일을 전 세계에서 모인 코골이들과 익숙하지 않은 2층침대 등반 이슈로, 하루에 2-3시간도 못 자고 나오니, 다음날 걷는데 너무 지장이 많더라고요.
비용은 추가적으로 발생하지만, 본인의 컨디션에 따라 적절히 병행하시면서 덜 괴로운 밤을 보내시기도 추천드립니다.
식사는 보통 마을에 있는 바르 Bar 에서 아침을 먹고, 점심은 걷는 중에 간단히 해결하며, 저녁은 레스토랑이나 Bar에서 순례자 메뉴를 이용했습니다. 순례자 메뉴는 저렴한 가격에 든든한 한 끼를 먹을 수 있어 강력 추천드립니다.
전식 1개, 본식 1개, 후식 1개와 음료까지 포함해서 15-25유로 선으로 합리적이면서도 맛있는 메뉴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마을에서 물과 간식을 보충해 주는 것도 잊지 마세요.
순례길을 걸으며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사람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향해 걷는다는 것, 그리고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간다는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부엔 카미노 Buen Camino”라는 인사 한마디로 하루의 피로가 풀리곤 했습니다.
주의사항
첫째, 걷기 전과 후에는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세요.
둘째, 무릎과 발목 보호에 신경 써주세요. (보호대나 테이핑도 좋고, 등산스틱 사용법을 미리 익혀서 사용하시기를 추천드려요)
세 번째, 하루에 물을 2리터 이상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걷다 보면 땀으로 수분이 많이 빠지니 틈틈이 물을 마셔주셔야 합니다.
네 번째, 지도 앱이나 안내 표지판을 잘 확인하세요.
프랑스 길에는 노란 화살표와 조개껍데기 표식이 잘 되어 있지만, 가끔 놓치면 헤맬 수 있습니다.
(추천 어플리케이션: 구글맵, Buen Camino, Camino Ninja, Bronze Maps, WhatsApp, Booking.com)
보통 30-40일을 계획하시고 생장에서부터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722.88km를 본인의 속도대로 걷게 됩니다.
비록 7일의 경험이었고, 오르막길, 내리막길과 험난한 날씨로 쉽지 않았지만, 충분히 값어치 있는 시간과 경험이었습니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채워지는 여행이었습니다. 매일 똑같은 길을 걷는 것 같지만, 그 속에서 만나는 풍경,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현생으로 돌아온 저는, 약 600km정도의 까미노 (길)를 남겨 두었습니다.
몇 달 정도 더 고민을 하면서, 기초 체력을 키우면서 (체력이 젤 중요!!!)
다시 돌아갈지를 결정하려고 합니다.
혹시 고민만 하고 계시다면, 한번 질러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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